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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8일 조선일보 조용헌살롱 컬럼에서(익산중앙테니스클럽회원;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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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성 댓글 0건 조회 3,029회 작성일 12-03-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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暗票商의 예측력

 
 
주식 투자, 선거, 암표상, 이 세 직업은 미래를 예측하는 예측력 여부가 수입(?)에 직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식과 선거 외에 암표상도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필자에게 알려준 사람은 인하대 조희문(55) 교수이다. '어떤 영화가 뜰 것이냐?'는 고도의 예측력을 요구한다. 조 교수 말로는 이걸 암표상이 제일 먼저 알았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사'가 전공인 그를 만나게 된 장소는 서울 인사동 수도약국 4층의 '인사동살롱'에서였다. 전통 무예 십팔기(十八技)에 조예가 깊은 신성대, 예술인류학자인 박정진, 풍찬노숙(風餐露宿) 전문가인 서상옥 등이 살롱 주요 멤버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 대한극장,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극장 등에는 암표상이 있었다. 60~80년대가 극장 암표상의 전성기였는데, 암표상의 첫째 자질은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가 뜰 것인가 말 것인가를 정확히 판단하는 일이다. 출연 배우가 누구인지도 대단히 중요한 변수이다. 그다음에는 영화판 소문을 듣고, 신문 잡지에 난 기사를 보고 나름대로 분석한다. 뜰 것 같다고 판단되면 암표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만약 그 영화에 관객이 줄 서지 않으면 확보한 암표는 반값에 팔아야 하거나 휴지 조각이 되는 수가 있다.

암표상 한 사람이 회당 확보하는 표는 대략 20~30장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극장표 사려는 관객이 100여m가량 늘어서 있으면 상영 시간 20~30분 전이 암표값을 가장 비싸게 받을 수 있는 타이밍이다. 정가의 두 배, 또는 두 배 반도 받을 수 있다. 이 시간대에 많이 팔아야만 돈이 된다. 만약 상영 5분 전이 되면 표값은 떨어진다. 영화가 시작되어 버리면 반값 이하이거나 휴지 조각이 된다. 그러니까 상영 시작 전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표를 다 팔아야 한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비싼 값으로 말이다. 암표상은 몇 분을 다투는 시간 싸움을 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순간적으로 고객 성향도 파악해야 한다. 남녀 데이트족은 표값을 깎지 않으므로 우선 흥정 대상에 속한다. 관상이 까탈스러운 사람 붙잡고 있어봐야 표도 못 팔고 시간만 낭비하는 수가 있다. 암표상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 세상에 쉬운 직업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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